이번 탄핵 선고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떠나, 의사결정의 프레임워크는 상당히 논리적이다.
조직 내에서 인사 관련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우리는 종종 감정, 직관, 정치적 고려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이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보다 정밀하고 원칙에 입각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보여준 판결문의 논리구조를 기반으로, HR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려고 한다.
1. 적법성 및 절차 요건 확인
- 내부 규정과 절차는 지켜졌는가? (인사위 절차, 징계규정, 평가 절차 등)
- 의사결정이 법률 혹은 조직의 규정과 충돌하지 않는가? (부서장이나 HR이 규정된 권한을 넘어섰는지 여부)
- 한 번 부결된 안건이 동일 조건에서 다시 상정된 것은 아닌가? (일사부재의 원칙, 동일 사안 반복 여부, 감정적 반복 시도 방지)
HR에서 첫 번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과연 이 조치가 규정상 가능한가?"이다. 헌재가 탄핵안의 적법 여부부터 검토했듯이, 인사 결정도 내부 규정과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징계가 사규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가, 해당 위원회가 적법하게 구성되었는가, 피대상자에게 소명 기회가 주어졌는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감정적으로 급하게 내리는 조치는 절차적 정당성을 잃기 쉽고, 이후 분쟁 시 조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적인 모든 조치사항은 규정 내에서 이루어진다. 심지어 회사 내부 규정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헌법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과연 우리의 의사결정이 규정을 위반하는지 또는 그 상위법을 위반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2. 사안의 실체적 요건 검토
- 행동이나 사건이 조직문화와 가치, 법령 또는 내부규정을 실질적으로 위반했는가?
- 행위 당시의 정황과 맥락을 고려했을 때,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가?
행위가 실제로 조직의 규범, 법령 또는 윤리 기준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헌재가 계엄 선포가 헌법 요건을 충족했는지 살폈듯, HR에서도 감정적인 해석이 아닌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증거, 진술, 객관적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사안을 입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
행위 자체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소극적인 방식의 의사결정이다. 행위가 실질적으로 위반사항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그 행위에 맥락까지 고려해야만 옳은 의사결정에 다가갈 수 있다. 예를 들면, 회사 내부 프로세스상 연차 휴가 사용 시 직책자의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승인되지 않았음에도 출근하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일 이 직원이 갑작스러운 개인사, 사고 등에 따른 긴급휴가라면 이를 내부 규정 위반으로 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연차 휴가의 목적, 직책자에게 연차 휴가를 승인받는 절차의 목적 등 맥락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3. 권한 남용 여부 및 조직 운영상 영향
- 권한이 남용되었거나, 특정 목적(정치적, 사적 목적 등)을 위해 동원된 정황이 있는가? (예: 인사권 남용, 보복성 징계 등)
- 해당 행위로 조직의 기본 운영질서, 신뢰, 팀워크가 훼손되었는가? (내부 갈등 조장, 공공의 가치 훼손, 부정적 영향 등)
조직 내에서 어떤 권한이 행사될 때, 그것이 개인의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헌재는 병력 동원을 통한 국회 방해 행위를 '헌법기관 권한 침해'로 판단했다. HR에서도 특정 결정이 권력 남용이거나 공정성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당 행위가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HR 업무를 하며 가장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다. 행위가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나는 이를 조직 내 메시지라고 표현한다. HR의 모든 기능은 직원들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채용) 이러한 사람이 앞으로 회사는 필요하다.", "(평가) 회사는 이런 직원을 인정한다.", "(징계) 이런 행위는 해서는 안된다." 등 직원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생각해야 한다.
4. 행위의 중대성과 재발 가능성
- 이 사건이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조직 신뢰 저해, 업무혼선, 대외 이미지 실추 등)
- 해당 직원 또는 부서가 유사한 문제를 반복할 개연성은 있는가? (과거 이력, 개선 노력, 경고 무시 여부 등)
문제가 된 행동이 조직에 끼친 영향력의 크기와, 그것이 반복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헌재는 계엄 선포의 법 위반이 헌정질서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HR에서도 행위의 심각성과 재발 위험이 높다면 보다 강한 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 즉, 이 행위에 대해 엄중히 판단하지 않을 경우, 재발의 우려가 있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본인이 진행한 징계 건에서 이야기 했던 논리 중 하나이다. '정직' 또는 '해임' 중 의사결정을 내릴 때, 사실상 정직 이후에도 똑같이 재발할 경우가 분명했기에 해임을 진행했다. 노동위원회에서도 동일하게 이 부분을 다퉜고, 다행히 회사의 승소로 종결되었다. 재발의 우려가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5. 대응 방식의 적절성 평가
- 현재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절차(교육, 피드백, 협의 등)가 있었는가? (단계적 조치 존재 여부)
- 조치가 조직의 원칙(공정성, 존중, 개선 중심 등)에 부합하는가? (개인적 판단이 아닌 공적 가치 기준 여부)
조직은 문제 발생 시, 가능한 수단들을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헌재는 "정치적 갈등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만약 단계적인 모든 노력을 한 이후에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이 이루어졌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HR도 징계나 해임 같은 극단적 조치 전에 피드백, 교육, 경고 등 개선 중심의 절차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리더 또는 HR에서 가장 오해하는 것이 실수나 비위행위를 저지른 직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 안하는 것을 회사의 배려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회사의 배려가 아닌 방치로 판단된다. 노동위원회나 법원뿐만 아니라 직원들 또한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사소한 행위라도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6. 최종 판단 및 조직적 손익 평가
- 조치의 파급 효과가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신뢰 회복, 조직문화 개선, 리더십 명확화 등)
- 해임/징계 등 중대한 조치가 조직의 손실보다 이익이 큰가? (비용(이직률, 소송 가능성 등) 대비 효과)
모든 판단의 끝에는 조직 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따져야 한다. 헌재가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보다 헌법 수호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듯, HR도 조직문화, 신뢰, 사기, 외부 이미지 등 무형의 가치를 고려한 판단이 중요하다.
회사의 윤리기준을 어긴 고성과 관리자를 해임할지 고민하던 상황. HR은 팀 내 갈등, 조직 신뢰 저하, 리스크 노출 가능성을 고려해 해임을 결정했다. 단기 손실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은 더욱 건강해졌다. 3번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조직 전체 관점으로 판단해야 한다. 과연 이 의사결정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 영향에 따라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의 정도도 다르다. 예를 들면, 때로는 노무적으로 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 행위도 회사는 감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7. 결론 도출과 커뮤니케이션
- 이 결정은 일관된 기준에 따라 내려졌음을 문서화하고 설명 가능한가? (HR문서 기록, 위원회 회의록 등)
- 이후 조직에 어떤 기준과 메시지를 남기게 되는가? (문화적 방향성, 리더십 원칙 명확화)
최종 결정은 반드시 기록에 남기고, 조직 내부에 그 정당성과 일관된 기준을 설명해야 한다. 헌재가 공개 재판과 선고를 통해 판결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밝히는 것처럼, HR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대법원의 판례가 항상 중요하고,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기준과 메시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다만 이 부분은 HR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무조건 기록이 남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것이 문서든 직원들의 입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지는 시대가 왔다. 그렇기에 HR은 이를 방지하기 보다는 왜곡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곡돼서 전달될 바에는 회사와 HR의 기준과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더 좋다.
HR이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말할 때, 조직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 프레임워크는 복잡하고 민감한 인사 판단을 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옳고 그름을 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직의 가치, 법적 기준, 문화적 연속성까지 고려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특히, 감정이나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구조적 사고방식은 HR이 리더십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단계마다 기록을 남기고, 원칙을 지키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후 이슈가 재점화되거나 분쟁이 생겼을 때, HR의 판단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조직을 설득할 수 있다. 단기적인 압력보다 장기적인 기준을 택하는 용기, 그것이 HR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기준이다.
이러한 구조적 사고와 결정력은 결국 HR이 단순한 관리 부서를 넘어, 조직의 방향성과 문화를 이끄는 핵심 축이 되는 데 필수적인 역량이다. 사람에 대한 판단은 어렵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칙과 기준 위에서 움직일 때, HR은 그 누구보다도 신뢰받는 전략 파트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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