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매우 무서울 책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철학에 기반에 둔 책이다. 이 철학은 프로이드의 원인론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철학으로, 무의식을 강조한 프로이드와 달리 아들러는 의식의 힘과 자유의지를 상당히 중히 여겼다. 이 책이 무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로이드는 과거 트라우마 등에 의해 형성된 무의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의 나의 책임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책임이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러의 철학에서는 그러한 요소가 전혀 없다. 오직 현재 개인의 책임이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제목을 지은 이유는 단순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타자와 자신을 분리) 살아가는 용기에는 분명 미움받을 수 있는 상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해 사는 길은 분명 어렵지만, 책에서는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단지 호기심에 읽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 등은 매우 재밌고 흥미롭다. 다만 그저 읽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없는 책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 타인의 인정 욕구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지라도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변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그 정도의 용기는 발휘하길 바란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 오스트리아), 심리학과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교육학, 범죄학, 문예비평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전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 정신 분석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다. 프로이드 학파는 원인론을 주된 이론 중 하나로 삼고 있는데, 이는 모든 신체 현상이 인과 법칙에 의해 일어나듯이 정신적인 현상도 과거에 있었던 일을 원인으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무의식이 거대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빙산의 일각처럼 물 밑에 잠겨 있는 거대한 무의식이 사실상 사람의 행동을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이다.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하였다.
프로이드의 이론은 입증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중시하는 학자들에 의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원인으로 삼기 때문에 사실상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이외에도 여러 의견이 있다.). 즉, 프로이드 입장에서는 사람은 쉽게 변할 수 없으며, 사실상 과거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 사람의 인생은 이미 결정된 것이다.
프로이드의 원인론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개인심리학'이다.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 오스트리아), 초기에는 프로이드 융과 함께 활동을 하였으나, 이후 프로이드와 학설 상의 이견을 보이며 개인 심리학회를 창설하게 된다. 성 본능을 중시하는 프로이드에 반대하였으며,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열등감에 대한 보상 욕구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나폴레옹은 키가 작았기 때문에 위대해진 것이고, 색약을 가진 사람이 대화가가 된다는 것이다. 열등감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인간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고 보았다. 무의식을 강조하는 프로이드와는 달리 의식이 지닌 힘과 자유의지를 중시한 것이다.
아들러의 철학은 책에서도 목적론의 형태로 잘 나타나고 있다.
우선 아들러의 세계관은 '개인심리학'에 기초한 것으로 각자가 개인의 시선 속에서 형성된 주관적인 세계에서 살아간다.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서로가 느끼는 바가 다르듯, 주관에 따라 사는 세계는 단순하게 또는 복잡하게 바뀐다. 이는 단순히 착각이 아닌, 실제로 본인이 느끼는 현실이므로 모든 주관적인 세계는 사실이고, 곧 현재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과거에 불행했던 사람도 당장 생각의 변화를 통해 행복한 세계에서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아들러의 세계관 관점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은 모두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의 산물일까? 아들러는 조금 더 세밀하게 이야기한다.
'목적론'으로 프로이드의 원인론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원인에 의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고, 목적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언급한 예를 들자면, 과거 불행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집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 밖에 나가지 않기 위해서 불행한 가정환경이라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가정환경이 불행한 모든 사람이 집 밖으로 안 나오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위 2가지 개념을 기반으로 모든 고민을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고, 열등감을 주된 문제의 원인으로 보았다. 그래서 아들러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 '인생의 과제'를 극복해 나갈 것을 주장한다.
인생의 과제는 일의 과제, 교우의 과제, 사랑의 과제 총 3가지로 나뉘는데 일의 과제란 일을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일은 혼자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매 순간마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이루질 수밖에 없고 이 과정 속에서 인간관계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다음으로 교우의 과제란 일을 벗어난 관계로 더 넓은 의미의 친구 관계를 말한다. 특히 이 관계는 관계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리와 깊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과제는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연애 관계와 가족 관계이다. 연애 관계는 말 그대로 서로가 행복해하면 인정해주는, 전혀 상대방을 구속하지 않는 관계이다. 반면 가족 관계는 헤어지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더 복잡한 관계라고 말하며, 피하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시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인생의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의 과제와 가장 관련이 깊은 욕구가 바로 '인정욕구'이다. 아들러는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인정욕구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으로 개인이 자유로워지고, 인생의 과제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 점에서 '미움받을 용기'가 나온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미움을 받더라도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에 대해 이기적으로 살라고 이해하기도 하지만, 아들러는 이에 대해 '과제의 분리' 개념을 말한다.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하는 것으로, 어떠한 과제가 주어졌을 때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이를 알아보는 방법은 이 과제에 대한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면 된다. 구분을 한 뒤, 타인의 과제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방임주의로 보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존중으로 언제든 도울 의지가 있다고 보여주면서 과제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말한다.
아들러의 심리학이 단지 개인적인 부분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공동체에 대한 점도 강조하였는데, 이와 관련된 개념이 바로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이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의 가치를 충족시키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개념을 통해 얻는 것이 바로 '공동체 감각'이다.
우선 자기수용이란 자기긍정과는 다른 개념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때로는 포기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타자신뢰란 담보를 통해 믿음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믿는 것을 말하며 마지막으로 타자공헌은 남을 위해 희생하는 개념이 아닌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개념으로 자신의 가치 실현이 곧 타자공헌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지면 소속감을 느끼게 되며, 공동체 감각이 형성된다.
나는 아들러의 철학에 대해 전체적으로 깊이 공감한다. 우선 실제로 누구나 같은 일을 경험해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를 영화화한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의 주인공인 크리스 가드너도 어려운 환경과 차별 속에서도 이를 이겨내고 마지막에는 본인의 목표를 이룬다. 그 다음으로 개인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프로이드의 철학과는 달리 아들러의 철학은 개인의 의지를 중요시 여긴다. 이전에 그릿(GRIT)이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모두에게 각자의 성공 레일이 있으며, 각자의 레일 위에서 발전하는 것이 곧 바로 성공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인정 욕구에 휘둘리는 것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레일 위에서 나아가는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개인의 가치 실현과 타자공헌이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진정한 이기주의는 이타주의에서 나온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들러의 철학 중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개인과 타자를 상당히 분리적으로 보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동시에 타자공헌과 공동체 감각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나는 과연 이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타자에게 공헌한다는 것은 보편적 생각에 비춰 봤을 때, 본질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러는 타자와의 분리를 강조하며, 칭찬, 비판 등 적극적인 개입의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한다. 단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호만 보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과연 두부 자르듯 분명한 구분이 가능할까? 만일 본인에게 소중한 사람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그 개인의 책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과제가 될 수도 있다. 개인의 삶은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닌 많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이루어져 나가는 삶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타자공헌 개념을 나는 굉장히 공감하지만, 두부 자르듯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타자와의 분리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여러 사람과 동시에 연관된 과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들러의 과제의 분리, 타인과의 분리는 대다수의 인간관계와 상황에서 옳다고 보여진다. 흔히 이런 격언도 있다. "10명 중 7명은 나에게 무관심하고, 2명은 날 싫어하며, 1명은 날 좋아한다." 아들러의 과제의 분리는 무관심한 7명에게는 유용하지만, 나머지 3명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본인을 좋아하는 1명의 사람과 완전한 분리는 어렵다. 인정 욕구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은 아니다. 인정 욕구와 별개의 문제로 말 그대로 타인을 돕는다는 가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나의 삶은 곧 개인의 삶이지만 친구 역시 삶 속의 한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들러와는 조금 생각이 다르지만, 위에서 언급한 격언에서 나오는 나를 좋아하는 1명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움받을 용기는 나머지 9명에게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당연하게도 이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본인을 좋아해주는 1명에게 실망을 주면서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행복은 어느순간 뒷전이 되어버리곤 한다.
인간 관계라는 것은 절대로 완벽하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렇기에 본인이 원하는 인간관계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누군가와 관계가 안 좋거나, 친하지 않은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저 그런 사람과는 서로 관심을 끊은 채 살아가면 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삶이 비정상적인 삶이고, 있을 수 없는 삶이다.
또한 프로이드의 원인론에 대해서는 나는 아들러와 동일한 입장이다. 종종 발생한 결과의 원인을 외부적인 환경에 귀인시키며, 합리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아이러니하게도 외부 사람의 성공은 외부적인 환경을 원인으로 보고, 실패는 그 사람이 원인이라고 본다.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실패는 외부적인 환경으로 탓을 돌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프로이드 원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의 책임을 과거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칫 합리화에 빠지는 삶을 당연하게 만들고, 개인 노력의 중요성을 경시하게 된다. 물론 프로이드의 원인론은 여러 현상을 설명해준다. 수학 공식과 같이 100%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범행의 본질적 원인, 개인 성격의 원인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 가능한 경향성을 보여준다.
경향성을 띤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경향성을 띤다는 것은 곧 경향성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향성을 벗어난 사람들은 프로이드의 원인론 관점에서는 'Outlier'이다(물론 프로이드는 또 다른 원인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들은 프로이드의 원인론에 갇혀 살지 않고, 아들러의 목적론과 같이 개인의 힘과 능력, 의지를 통해 벗어난 것이다. 결국 프로이드 원인론의 학문적 의의는 인정하지만, 이는 곧 수학적인 공식이 아닐 뿐더러 우리 개개인에게는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이 조금 더 유익하다는 점에서 나는 차이를 둔다.
미움받을 용기는 이러한 메세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프로이드의 원인론에서 벗어나 Outlier가 되는 것. 목표를 삼고 나아가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두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기를 바란다.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과거의 사건에 연연하여 현재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의 삶을 위해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 책은 단지 한 사람의 철학을 볼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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