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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경영학에서 '백기사'는 M&A 상황에서 적대적 인수합병 공격을 받는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우호세력을 의미한다.

 

다만 해당 글에서는 SNS 세대, 온라인 소통에 친숙한 세대들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을 의미한다. SNS 세대가 나타나기 전 개인의 고통과 행복은 인접 주변에만 대면으로 이루어졌다. SNS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의 삶은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기 시작했고, 이는 비대면 상황에서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공유되었다. 

 

SNS의 힘은 놀라웠다. 단 하나의 글은 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이는 곧 대중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전에는 작은 목소리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만큼 부작용도 커졌다.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공감은 서로 간의 나이, 이름, 성격, 직업 이 뿐만 아니라 대화 당시 상황, 장소, 제스쳐, 어조 등 맥락적인 모든 의미를 담는다. 하지만 SNS는 다르다. 맥락적인 의미를 담기 어렵다. 그래서 순전히 내용만을 가지고 판단된다. 주목을 받기 위해 자극적이고 과장된 내용의 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익명성도 이에 결부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만들었다. 바로 '백기사'다. 우리가 상상하는 멋지고 정의로운 기사라기 보다는 무자비하고, 철저히 짓밟는 기사이다. 익명성을 토대로 참여자들의 도덕성은 폭력성과 같이 변질되었다.

 

2016년 있었던 강남역 살인사건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강남역 피해자를 위해 모인 이들은 도덕적인 목적에서 모였지만, 결국 피해자의 가족까지도 본인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무참히 짓밟고 무시하였다. 그들은 백기사였지만, 백기사가 아니었다. 과연 이들은 누구를 위한 백기사였을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09090436010388

 

‘여혐 논란’ 속 강남역 피해자 가족은 뒷전

 

www.hankookilbo.com

 

SNS 세대는 이러한 현상에 항상 노출되어 왔다. 그 노출이 강하든 약하든 노출되었고, 이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에게 부도덕한 면, 부족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이 부분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것이다. 자비란 없다. 이들이 원하는 건 본인이 '백기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온라인 댓글에서 열리는 토론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끝없이 상대방의 논리에 허점을 찾거나, 말꼬리를 잡아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판다. 그 한가지만으로 상대방의 논리와 주장을 모두 허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들의 토론의 의미는 없다. 시사 또는 정치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만 봐도 동일하다. 본인에게 유리한 부분만 편집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본인의 입맛에 맞는 것만 본다. 단지 본인들의 우월성, '백기사'를 입증하는 것이다.

 

관심이 힘이 되는 시대에 진정한 백기사는 관심받지 못해 사라지고, 엉터리 백기사만 살아남고 있다. 그리고 이는 분명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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